그대에게 칼을 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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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칼을 주노라
  • 김선주
  • 승인 2024.03.25 13: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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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조국혁신당 동영상 캡처
조국혁신당 동영상 캡처

남자에겐 두 개의 멍에가 있다. 지아비의 멍에와 아버지의 멍에다. 처자식을 위해 자기 목숨을 불태우는 게 남자에게 지워진 삶의 멍에다.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이상한 놈이든 그것은 모든 남자가 타고난 숙명이며 하늘의 명령이다. 그것을 소홀히 하는 자는 천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아버지는 그를 가혹한 처벌로부터 보호하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것은 인간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새끼를 낳고 품에 안아 키우는 포유류의 고유한 본성이다.

조국이 처자식을 검찰이라는 사악한 모리배들에 의해 도륙당했다. 백주에 두 눈 뜨고 아내가 처참하게 짓밟히고 딸의 삶이 뭉개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조국이라는 사람의 남성성, 즉 지아비와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의심했다. 천박하고 무도한 방식으로 칼을 휘두르는 검찰과 언론의 망나니짓을 합리적인 언어로 품격과 교양을 지켜가며 말하는 그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삶이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면서도 그는 핏발 선 얼굴로 그것을 참아냈다. 지아비와 아버지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투지가 없어 보였다.

그가 조국혁신당을 창당한다 했을 때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처자식이 도륙당하는 걸 눈 뜨고 바라만 본 사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가 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은 고도로 훈련된 지성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도, 특히 딸 조민 양도 거친 비바람 앞에 의연하고 담대하게 서서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집안이 고도로 훈련된 지성으로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는 명문가임을 알게 됐다. 조국의 가문은 한국의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보기 힘든 지성과 교양의 표본이 될 수 있는 지성의 명문가라고 말하고 싶다.

조국의 연설들에서 나는 정치 담론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한 아내의 지아비로서의 피맺힌 절규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서 사랑하는 딸의 인생이 짓밟히는 걸 지켜본 아비의 피맺힌 절규를 듣는다. 나는 그의 절규를 들으며 그의 심장이 우는 소릴 듣는다. 나는 그를 비례정당 기호 9번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그는 나에게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니라 한 여자의 지아비이며 너무 사랑하고 애틋하여 보기만 해도 가슴 시린 딸의 아버지다. 처자식과 자기의 삶을 도륙당한 사내를 향한 또 한 사내의 동지적 응원이다.

나는 몰빵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다. 민주당의 개혁성향을 의심해서도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한국 정당사에서 보아왔던 그 어떤 때보다 개혁적이고 완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민주당이 지금 보여주는 개혁의 모습과 시스템을 몰라서가 아니라 몰빵의 위험성에 대한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180석을 갖고도 안 됐던 것은 내부의 수박들 때문이다. 이건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다. 지금은 수박을 다 떨쳐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신뢰하지 않는다. 민주당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의 특수성을 못 믿는 것이다.

수박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자기 이해관계가 발동하면 자기도 모르게 수박이 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야수의 잠재태들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민주당 인사들도 수박의 잠재태들이다. 이런 잠재태들이 내부에서 발아하여 커다란 수박 덩어리로 자랄 때 내부는 급격히 무질서해지게 된다.

이 때 건강한 외부의 견제 세력이 있어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정무적 감각, 정파적 이해, 정치적 편견 같은 것들이 본질에 앞서려 할 때 그것을 지아비와 아버지의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바라볼 줄 아는 지성의 힘이 필요하다. 그 때를 위해서 나는 문간 밖에 등불 하나 더 밝혀두는 심정으로 조국에게 내 칼을 준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지아비의 이름으로 싸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그가 이겨야 민주세력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내게 있는 한 칼을 주며 짧은 노래 한 편 부른다.

< 칼의 노래 >

그대에게 칼을 주노라
나가 싸우라, 힘껏 싸우라
지아비의 이름으로 싸우라
아내를 위해 목숨을 던져라
아버지의 이름으로 싸우라
어여쁜 딸 위해 온몸 던져라
그대에게 칼을 주노라
남자는 가슴으로 우는 새
그대의 뜨거운 가슴이여
폭포처럼 울어라 사내여
두려워 말고 나가 싸우라
그대에게 내 칼을 주노라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의연하게 서서
횃불같이 타올라라 지아비여
뜨거운 가슴으로 불타라 아버지여
그대에게 칼을 주노라
그대에게 내 한 칼을 주노라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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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라 2024-03-30 16:27:07
그래서 당신들 생각에 조국은 수박이 아닙니까?
조국혁신당 비례 1번은 수박이 아닙니까?

당신의 히어로, 이재명은 수박이 아닙니까?
도대체 당신들에게 이재명은 무엇입니까?

수박이라 2024-03-30 16:21:41
목사님? 수박이라고요?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요?

애초에 수박은 무엇이고 누구인가요.
끔찍한 의미가 있다는 멸칭 '수박'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당신들은 정말 뭐죠?

이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떻게 살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수박 운운하는 당신들이 이재명에게는 '그이'라며 감성적인 글도 썼던 건가요?
교회의 미래를 기대하며 들어온 '가톨릭일꾼'에서
이런 정치모리배스러운 글부터 보게 되는군요.

아, 한상봉, 아 도로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