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구비에서, 머튼과 맺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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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구비에서, 머튼과 맺은 인연
  • 신배경
  • 승인 2019.05.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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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배경/‘세상을 향해 열린 고독, 겟세마니 수도원’ 수강 소감-2]

사진=한상봉

1월에 있었던 가톨릭일꾼 세미나에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신앙, 토머스 머튼" 강의를 통해 만났던 정경일 선생님(새길기독사회문화원)을 다시 만났다. 지난 2월 학회 참석차 미국에 가셨다가 토머스 머튼이 수도생활을 했던 트라피스트회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잠시 머물며 지냈던 경험을 나누어 주신 시간.

나는 어려서부터 가톨릭 울타리 안에서 자랐기에 여러 수도원에서 피정했던 경험이 있지만, 정경일 선생님의 겟세마니 수도원 체험을 들으며 관상수도원에서 침묵 안에 머물렀던 시간들이 저절로 소환되었다.

특히 남양주의 요셉수도원은 생의 고비마다 기도와 침묵 안에서 여러 날을 지내며 고독과 씨름을 했던 곳인데, 정 선생님의 강의를 처음 들었던 장소가 요셉수도원이고, 이번 강의에 토머스 머튼의 고독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각별하게 와닿았다.

 

사진=한상봉

생의 여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물 중에 하나인 '토머스 머튼'. 생각지도 않았던 누군가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머튼에게서 받는다. 비단 동생 '존 폴 머튼'이 세상을 떠난 날짜와 내가 태어난 날짜가 겹치는 우연이 아니더라도 머튼이 불쑥 등장하는 순간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내게는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갈림길을 마주할 때 마다 길을 직접 가르쳐주지는 않으면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고민할 수 있는 자극을 던져주는 형같은 인물이라고나 할까. (신부님도, 수사님도, 삼촌도 아닌 "형".)

머튼의 생을 따라다녔던 모순들 모두 묵상거리가 아닌 것이 없지만 기도와 침묵, 고독을 갈망했던 머튼의 은수처가 "사회운동가"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던 아이러니는 놀랍기만 하다. 그 것 뿐인가. 베트남 전쟁 반대를 표명했던 관상수도자, 머튼.

정경일 선생님의 표현대로 머튼은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으려 했던 수도자"였다.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고독,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고독"의 길을 걸었던 토머스 머튼.

머튼과의 만남 이후 "고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배우며 머튼이 던져 준 두 문장을 만났다.

"당신은 또다른 나"
"성인이 되는 길은 나 자신이 되는 길"
아무래도 이 두 문장을 지니고 걷게 될 듯한 예감이다.
 

신배경 클라우디아
가톨릭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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