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집] 마지막 말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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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집] 마지막 말은 '사랑'이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19.05.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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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0월 1일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우리는 건너편에 있는 빈 건물 안의 한 방에서 헌옷 나누기를 하고 있다. 시에 한달에 1불씩 사용세를 지불하고 옷이 필요한 남자들에게 옷을 나눈다(수요일에는 여자들이 옷을 나눈다). 스티브가 평일에 시간 있을 때 기증받은 옷을 정리하여 화요일에 사람들이 입을 수 있도록 수고한다. 나는 오늘은 스프를 먹으면서 스티브를 돕겠다고 말했다.

그 방은 20피트 넓이에 약 7피트 길이쯤 된다. 옷이 잔뜩 담긴 상자들이 있었는데 속옷부터 겨울외투까지 종류가 다양했고, 모두 기증받은 것이다. 사람들은 밖에 줄을 지어 서 있고 한 사람씩 들어와 옷을 고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회는 그들이 일주일 동안 입고 있었던 옷을 갈아입는 때이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은 가차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이런 봉사조차 폭력이 수반된다. 지난 주 화요일에 스티브는 아주 심하게 얻어맞았다. 왜 그랬을까? 스티브는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동체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옷을 얻어가는 사람들이 헌옷 장사에게 그 옷을 팔아 술을 사먹는다고 한다. 마지막 사람이 나간후 나는 스티브에게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스티브의 생각은 어떠며 이 헌옷방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백명 중에 한 사람이라도 헌 옷을 필요로 한다면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성공을 위해서 보다 섬김 그 자체를 향하여 본질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재빨리 침묵해버렸다.

그런 대화가 있고 난후 나는 뉴욕대학 건너편에 있는 워싱톤광장 공원으로 걸어갔다.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경찰이 입구에 서 있었다. 몇분 후 나는 한 교회에 들어앉아 도로시 데이의 자서전인 <긴 외로움>에 실린 후문의 글귀를 떠올리고 있었다.

"가톨릭일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난이라고 어떤 이는 말한다. 가톨릭일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동체라고 또 다른 어떤 이는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사랑이다. 때때로 이 말은 무척 곤혹스럽고 두려운 말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신앙은 용광로의 불길처럼 시험되어 왔다."

그리고 나서 나는 스티브를 떠올렸다.

[출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 마크 엘리스, <참사람되어> 1996년 9월호​​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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