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나 때문에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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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나 때문에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 방진선
  • 승인 2019.05.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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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마리아 선종 10주기

경애하는 용띠 갑장 장영희 마리아 교수님(1952년 9월 14일 ~ 2009년 5월 9일) 善終 10주기!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 세 분을 함께 생각합니다. 이해인 수녀님, 화가 김점선 선생님, 그리고 장영희 선생님!

김점선 선생님의 49제날 따라가듯 떠나신 장영희 선생님! 마지막 남긴 4문장 100자의 사모곡(思母曲)!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가정의 달, 계절의 여왕 오월! 비탈밭 같은 살림살이에 가정의 토대마저 무너지는 신산한 시대! 생전의 말씀을 다시 찾아 묵상합니다.

생애 마지막 9년간의 글, 생전에 그 책을 펼치지 못한 그 마지막 수필집, 선종 다음 날 발간된<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됐으면 한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 라고 용기를 복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라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라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마라.”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참으로 신기하게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난 내 마음속의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오래전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에서 듣는 말,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를.

아, 그래서 그 후로 나에게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 되었다.

 

그토록 애송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처럼 사신 분 !

만약 내가(If I can...)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 앓이를 If I can stop one heart
멈추게 할 수 있다면 from breaking,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If I can ease one life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the aching,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or cool one pain,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or help one fainting robin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onto his nest,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I shall not live in vain.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든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한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이다. (장영희 번역/해설)

"어디선가 영어단어 GUIDANCE (인도, 이끌음)의 스펠링을 멋지게 뜻풀이 해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G 는 물론 God 의 첫 글자이지요. UI 는 You and I 라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 다섯 철자, dance (춤추다)가 남습니다. 즉 Guidance 는 하느님 안에서 너와 내가 함께 춤추는 일이라고 합니다.

전 춤을 못 추지만 함께 추는 춤의 제 일 원칙은 박자를 맞추는 일이 아닐까요. 내가 한 발 내밀면 상대방이 한 발 들이밀고, 그렇게 하느님 안에서 덩더꿍 춤추는 일이 바로 Guidance 라는 겁니다."('하느님과 함께 춤을' 예수회후원회ㆍ2007.7.15)

생전의 말씀처럼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을 모두 깨워가면서 춤을 추듯이 온 삶을 살아내신 선생님! 아버지 장왕록 선생님과 함께 하느님 품 안에서 춤을 추시면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

"대학교 2학년 때 읽은 헨리 제임스의 <미국인>이라는 책의 앞부분에는, 한 남자 인물을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있다.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이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노(老)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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