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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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에 가다
  • 조현옥
  • 승인 2019.03.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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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과의 첫 데이트 ㅡ좌충우돌 ㆍㆍ그녀가 집에 갈 수?



공항에서 내리던 한밤중도 비가 왔다.
9시간 늦는 이 곳, 시차 걱정 속 '활발 명쾌 이선생'과 근처 쇼핑센터에서 유심카드를 갈아끼우고 커피체인점 코스타에 앉아 얘기삼매경, 여기 머무는 동안 프로젝트 하나 하기로 결심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20유로 주고 교통카드 립 한장을 구매, 도시락용 꼬마사과와 역시 꼬맹이 자색 감자 한 보퉁이, 바나나, 요거트, 그녀가 꼭 먹는다는 상표의 우유 한 팩을 집에 내려놓고,
드디어

더블린


데이트를 하러 39A버스를 탔다.


모든
첫 만남은
이럴까?
설레임 반
두려움 반.


많은 곳이 있겠지만
대학에 있는 사람이니 트리니티 대학을 만나고 싶었다.

롱룸과 '켈스의 성경'으로 이름난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이 게이트를 들어서자마자 보였다. 젠장, 그놈의 줄.
비가 거세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우산을 쓸 생각없이 저리 저리 기다린다. 알아본 바와 같이 인터넷 티켓 구매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모두 나같은 사람들, 불평도 없이 참 대견타.


오늘은 인사만.
학교는 고즈넉했고 핑크벚꽃도 만개, 가지런한 연자색 목련 또한 만개, 그 곁에서 사진을 좀 찍어보겠다고 오만 인상을 찡그리며 우산을 펴는 현옥.


학교를 나와 인근 초록색 서점을 향해 돌진. 뭐 알아서도 아니고 그냥 들어갔는데, 횡재. 1768년 지어졌다는 'Hodges figgis' 서점이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도 나오는 그 서점, 웬 일? 문학류 한 켠 매대에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 조이스 책과 그곁에 또 꽂혀진 그녀의 책, 엄청 반가워라. 아, 첫 데이트에서 또 이들과 첫 만남이라니. 내 논문의 주인공들아닌가? 찾아다니던 <이멜다 수녀>가 단편으로 들어간 책도 발견했다. 물론 헌책방 다니는게 더 낫겠지만 오늘은 처음이니...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

준비해 간 돈은 120유로뿐.
보조배터리 연결선이 없다.
아일랜드용 세코 어댑터도 놓고 왔다.
숙소가 위치한 주소는 핸드폰에 있다.
모든게 다 그속에.
동네 이름이 생각 안난다.
돈은 10유로가 남았다.


다행히 39A버스가 기억났고
이어서 'oak view'가 떠올랐고
버스를 탔으나 그 동네 행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 교통카드가 삐리릭삐리릭 소리를 내자 버스운전사가 갖고 오란다. 젠~~~장*1000, 카드가 운전석 창문 틈으로 빠져버렸다. 사면초가. 집 못 간다. 어디 파출소로 가야한다.


내 옆자리 이쁜 아가씨는 수요일, 나보다 이틀 먼저 온 브라질 여인. 그러니 오크 뷰는 모르지. 그래도 검색해준다. 오호, 그곁에 성 필립 오포스틀 성당이 있었어. 아마 가는것 맞나?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크 뷰 정거장 바로 앞, 낮에 교통카드 샀던 주유소에서 내렸다. 어두워졌고, 뛰었다.
과연 골목이 생각날까?


상큼, 활달, 이선생집은 코너에 있는
담 한 켠에 이쁜 사과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집이였어~~
찾음.
찾음.
찾음.


첫 데이트에서
이토록
큰 봉변?을 톡톡히 치룬
더블린! 더블린!

그토록
제임스 조이스가
씨름했던
더블린~


나,
이제,
Dubliners야~




추신 ㅡ 배터리 충전의 필요를 느끼며 어느 빵집 앞 창으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일하고 있어 4유론가 내며 커피를 시키고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참 시크, 빌려준 충전기는 내 핸드폰에 안 맞는 거였다네, 그녀, 그럼 어쩔 수 없다는 대답. 음, 혹한의 더블린.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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