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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의 엄마, 마리아

기사승인 2019.03.12  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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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의 조연들-19

-여행길에 한밤에 마구간에서 몸을 푸신 거룩한 여인

첫 아기를 받아들고 요셉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덩실 춤이라고 추어야 직성이 풀릴 듯 입가에 웃음을 물고 다녔지요. 살아있는 살덩이, 제 아기집에서 방금 노래라도 부르듯이 빠져나온 아기는 이 세상이 낯설지 않은 듯 편안해 보였습니다. 다행이지요. 여행길에, 그것도 한밤중에, 집도 아닌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였지요.

아기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을 제 어미로 기억한다는 데, 그래서 저는 요셉이 건네준 아기를 한정 없이 들여다보면서, 아기가 제 눈동자 위로 엄마 얼굴을 또록또록 새겨놓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답니다. 이 아기는 제 자식이지요. 그럼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자식이구 말고요. 더불어 기뻐해주는 요셉의 안색을 살피면 마음이 놓이고 든든하고 행복해집니다. 우린 이제야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게 된 셈입니다. 아기가 맺어준 인연을 평생 어김없이 살피려 합니다.

 

murillo - Adoration of the Shepherds

빨리 나자렛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돌아가 아기에게 갈릴래아의 어여쁜 산천을 보여주고 싶어요. 어미가 마시던 우물이며 꽃을 꺾던 들판이며 흙집 창턱에 올려놓고 온 깃털 목걸이도 보여주고, 그래요, 집 뒤란의 나무그늘 사이로 오며가는 맑은 바람소리를 들려주고 싶군요. 파글파글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 옆에 앉아 아기의 하늘같은 눈망울에 흠뻑 빠져들고 싶군요.

요셉은 목공소에서 대패를 밀고, 저는 아기를 업고 빨래를 널어야 하겠지요. 빨간 빨래 빨갛게, 하얀 빨래 하얗게 말입니다. 햇볕을 쏘이면 모든 음습한 것들이 바스라지고, 바람이 흔들면 먼지란 먼지 사라지겠지요. 지금 이곳은 마구간이예요. 짐승들이 착한 눈으로 구유에 얹어놓은 우리 아기를 돌보고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모두 거룩한 기운 안에 있듯이, 우리 아기 또한 축복 가운데 있기를 바랍니다. 요셉과 제 힘만으론 이 아기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포대기에 싸여 색색 잠을 청하는 이 아기의 앞날을 더불어 도와줄 천사들이 필요한 것이지요. 제가 오른 손을 잡으면 왼손을 받쳐주고, 요셉이 엉덩이를 안으면 머리를 괴어줄 천사 말입니다.

아기를 갖기 전에 꿈결로 와서 말을 건네던 천사가 있었지요. 태몽이라 해도 좋은 그 순간에 그분은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여, 기뻐하세요.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있다오” 하였지요. 그리고 하늘의 힘이 저를 덮을 것이며 거룩한 일을 감당하실 분이 제게서 태어날 것이라 일러주었지요. 그것이 꿈이라 한들 생시라 한들 마땅히 일어나야 할 것은 일어나야 하겠지요. 저는 다만 하느님의 뜻이 제게서 이뤄진다면 그 또한 축복이라 여겼습니다. 저 역시 그 크신 분의 딸이니 그분의 길을 열어 드려야 마땅하겠지요.

위로이신 엘리사벳이 그러더군요. “주님께선 하시고자 하시면 못 하시는 것이 없고, 삭은 나무 밑둥에서 새 가지와 푸른 잎을 돋게 하시고, 비천한 몸에서 위대한 일을 시작하시는 분이란다.” 얼마 전에 우리 아기보다 몇 달 먼저 태어난 요한을 잉태하신 경험 때문에 나온 말씀이겠지요. 그 놀라운 일이 제게도 일어나는 걸 보면, 꿈꾸는 이들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설 날이 머지않은 모양입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네요. 누군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한밤에도 자지 않고 깨어있는 사람들. 양치기들이네요. 뭔가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 찾아왔다니, 고마운 분들이네요. 세상은 저런 분들 때문에 버티어 가는 줄 압니다.

고단한 세상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 별빛을 헤아려 시대의 징표를 읽는 사람들. 땀 흘려 수고하며 가난한 마음을 돌보는 이들. 가파른 인생길을 열어갈 아기를 축복해 주는 방법을 미리 알고 찾아준 사람들. 그래요, 이 사람들은 모두가 곤하게 잠을 자는 밤에도 깨어서 우리 대신 꿈을 살아가는 이들이지요. 저희처럼 가난한 이들에게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이, 주님은 저희처럼 보잘 것 없는 남루한 자리에서 당신 역사를 새로 쓰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그들이 내어놓은 음식을 받으며, 소리죽여 가만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그 노래를 읊어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치리라. 그분께서는 당신 팔의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를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도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이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

 

 

한상봉 webmaster@catholicworker.kr

<저작권자 © 가톨릭일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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