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내 쉴 곳은 책이 있는 구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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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내 쉴 곳은 책이 있는 구석방"
  • 방진선
  • 승인 2019.02.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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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선종 3주기

겨울 가뭄의 산골에 새벽부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눈을 지켜봅니다.
사숙의 스승 움베르토 에코 선생님 (Umberto Eco, 1932년 1월 5일 ~ 2016년 2월 19일) 善終 3주기 !

선생의 84년 명운은 장미의 이름을 지닌 꿈의 그림자인가 !
"삶이 짧은 꿈의 그림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바우돌리노")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장미의 이름으로 태초의 장미가 존재하나 우리는 빈 껍데기 이름만 취한다."(<장미의 이름>)
"Mors est quies viatoris, finis est omnis laboris(죽음은 나그네의 휴식, 모든 수고의 끝. 나는 기도나 해야겠네".(<장미의 이름>)

에코(ex caelis oblatus, 천상의 선물)라는 이름처럼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 이 신산한 살림살이 속으로 가짜뉴스를 배설하고 부추기는 언론들의 혹세무민 그리고 무심한 무지로 부화뇌동하는 이들의 추태!
"모든 진실이 모든 이의 귀에 들리는 것은 이니다"("장미의 이름")

생전의 마지막 소설 <`제 0 호> 로 남기신 경고 말씀을 새깁니다.
"진술들은 일단 인용이 되면 사실로 바뀝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저러저러한 의견을 말했다는 게 하나의 사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에 대한 각별한 열정으로 늘 격려하며 추동하는 독서인의 스승! “천개의 얼굴을 가진 21세기 최후의 보편적 인문주의자”이신 선생의 평생을 요약하는 세 가지 화두 (김성도 교수)!

책 읽기, 기억, 웃음 !

 

책 읽기!
“읽지 않는 사람은 일흔 살까지 인생을 고독하게 한번 살 것이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은 5,000년을 살 것이다. 책 읽기는 거꾸로 가는 불멸성이다”
“책은 생명보험이다. 不死를 위한 약간의 선금이다”
“책은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의 대상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이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아침에 책의 인쇄잉크 냄새를 맡는 것을 사랑한다.”

기억력!
“나는 아주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든 살이 되어갑니다. 나는 죽는 것도 아픈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암에 걸리는 것 따위 등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력 상실, 이것은 나에게 비극이 될 것입니다. 문화는 기억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영혼도 다른 무엇이 결코 아닙니다.”(김성도, '천개의 얼굴을 가진 21세기 최후의 보편적 인문주의자 : 에코 선생타계 추모시론' <철학과 현실> 2016년 겨울호 278쪽)

웃음!
"호르게는 진리를 너무 추잡하게 사랑한 나머지 허위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려고 했기 때문에 결국 악마적인 일을 한 거야 … 아마도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사명은 사람들이 진리를 향해 웃도록, 진리가 웃도록 만드는 데 있을 거야. 유일한 진리는 진리에 대한 광적인 정열에서 우리가 해방되는 길을 배우는 데 있기 때문이지"(<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에 인용한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의 말씀처럼 선생께서도 기억 속에 평온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in angulo cum libro' (“장미의 이름” 서문)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노(老)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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