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율법에서 자유로운 예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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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율법에서 자유로운 예수 정신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9.01.1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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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율법 - 10

4QMMT와 바오로 서간에서 “율법의 행위”는 정체성 표지 혹은 경계 표시를 가리킨다. 이것은 4QMMT의 쿰란 공동체가 다수의 백성으로부터 분리하는 이유가 되었고, 갈라 2,11-14에서 일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민족들과 거리를 두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 두 문헌은 모두 동사 “분리하다”를 사용한다.

바오로는 안티오키아에서 베드로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이방계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분리한 것을 비판한다. 이 분리는 하느님의 백성과 이방인 사이를 나누는 경계 표시로서의 “율법의 행위”와 관련된다. 바오로는 이 분리 행동의 이유가 4QMMT의 쿰란 공동체가 스스로를 분리했던 이유인 “율법의 행위”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4QMMT는 바오로 서간에 나타난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사적, 문헌적 증거를 제공한다.

새롭게 발견된 제2성전 유다이즘 시대의 문헌들은 율법 연구에 있어 어떤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가? 율법에 대한 역사적 예수와 바오로의 태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구체적으로 바오로 서간과 마르코 복음서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매우 흥미롭다. 연대기적으로는 바오로 서간이 마르코 복음서보다 먼저 저술되었다. 그런데 전승사적으로는 이 두 문헌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특히 이방인 선교, 음식 규정, 식탁 친교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 두 문헌이 상호 관련성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관련성을 마르코 복음서에 대한 바오로의 영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율법의 측면에서 역사적 예수와 바오로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방법론적으로 마르코 복음서의 본문에서 마르코 이전의 역사적 예수 전승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 즉 예수 전승은 율법 문제에 대한 역사적 예수의 태도를 전해주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구절이 바로 마르 7,15이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이 구절은 19절에서 “그것이 마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와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라고 설명된다. 사실 마르 7,15과 관련하여 역사적 진정성을 부인할 이유는 없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 있어서 우리는 마르코 복음서의 최종 본문을 방법론적으로 분석하여 복음서 이전의 예수 전승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율법 문제에 대한 역사적 예수와 바오로 사이의 관계를 마르 2,1-3,6에서 발견하게 된다. 즉 이 본문은 식탁 친교와 안식일 문제에 있어 예수와 바오로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바오로는 계시와 소명 체험 이후 그리스도교 공동체와의 만남을 통해 예수 전승을 만났을 것이다. 이 예수 전승은 복음서 이전의 전승으로서 율법에 대한 바오로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르 7장, 특히 7,15은 음식 규정에 대한 역사적 예수의 분명한 태도를 전한다. 물론 이 예수 전승은 마르코 복음서 안에서 새로운 문학적 맥락에서 재해석된다.

바오로는 율법에 대한 역사적 예수의 태도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음식 규정과 관련하여 마르 7,15의 예수 전승은 바오로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영향의 흔적을 1코린 8-10장과 로마 14-15장에서 분명히 발견한다.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관련하여 바오로는 역사적 예수의 태도를 그대로 따른다. 그런데 사도 15장의 이른바 사도회의 규정은 불륜,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 피와 함께 우상에게 바쳐 더럽혀진 음식을 금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바오로 서간과 마르코 복음서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마르코에 대한 바오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즉 바오로가 마르코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마르코 복음서 이전의 예수 전승이 바오로에게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역사적 예수가 보여준 이방인과 율법에 대한 태도, 죄인들과의 식탁 친교, 음식 규정과 정결례에 대한 그의 태도가 바오로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바오로는 예수 전승에 영향을 받았고, 바오로의 율법에서 자유로운 이방인 선교와 식탁 친교는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지곡성당 주임,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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