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 시] 아주 잠시-20
그날 때문에
살아가는 길목이 힘들고 어려워질 때
어디 마음놓고 울 곳도 없이 사면이 허허로울 때
나는 생각하지
분명 오늘이 그리워질 때도 있으리라고
나를 괴롭히던 당신이 미워서
그러나 도망칠 곳 어디에도 없어 숨막힐 때
나는 생각하지
분명 당신이 보고싶을 때도 있으리라고
언제쯤일까
찢기고 처박힌 그물을 손질해
내 삶이 호수처럼 맑아질 그날은
우리 서로의 세계를 얼굴을 마주보듯 알 수 있는 그날은
내던지고 싶은 무거운 하루,
숨어들고 싶은 분주한 하루
그러나
오늘을 뒤돌아 볼 그날 때문에
오늘을 아쉬워 할 그날 때문에
조희선
시인. 청주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
저작권자 © 가톨릭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