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안식일 규정 뒤에 숨어있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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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안식일 규정 뒤에 숨어있는 폭력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8.11.12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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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율법 - 4

우리 본문의 2-4절은 문제발생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에서 독자는 본문의 시간적 배경이 안식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종교적 시간의 배경은 본문 안에서 갈등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지켜보다”와 “고발하다” 동사는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긴장을 잘 표현한다. 이러한 배경의 분위기 안에서 작은 등장인물은 자신에 대한 예수와 반대자들의 서로 다른 태도가 드러나게 하고, 반대자들에게 예수를 고발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반대자들은 안식일 규정의 위반을 구실로 예수를 고발하려 한다.

예수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고 말한다. 하느님, 율법,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분리되어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그를 가운데로 초대한다. 그리고 예수는 반대자들에게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서 예수는 자신의 일을 “좋은 일을 하는 것”과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예수의 일과 대조되는 반대자들의 일은 “남을 해치는 것”과 “죽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한다.

과연 이 팽팽한 긴장 안에서 어떻게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 해답은 5절에서 제시된다. 반대자들의 적대적인 침묵으로 말미암아 예수는 노기를 띤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본다. “둘러보다”는 예수의 동작은 마르 3,34; 5,32; 10,23; 11,11에서도 언급된다. 이 행동으로 예수는 율법의 안식일 규정 뒤에 숨어 침묵하는 반대자들의 익명성과 폭력성을 폭로한다.

반대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은 그들 마음의 완고함으로도 표현된다. 예수는 반대자들의 모습에 슬퍼하며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라고 명령한다. 그가 손을 뻗자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여기서 우리 본문의 문제가 해결된다. 치유는 예수의 권위 있는 말씀으로 인해 이루어졌다. 그는 치유의 능력과 권위를 가진 분이다. 이 예수의 명령에 작은 등장인물은 순종적이다.

반대자들에게 우리 본문의 작은 등장인물은 예수를 고발하기 위한 구실이었지만, 예수에게는 “함께 아파하기”와 돌봄의 대상이었다. 예수의 안식일 치유는 그 날이 가지는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신명 5,12-15에 따르면, 안식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과 구원을 기억하고 거행하는 날이다. 예수의 안식일 치유는 마르 2,28의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본문의 결과는 6절에 해당한다. 마르 1,27.45; 2,12에서 예수의 치유와 구마 기적은 사람들의 놀람과 찬양을 낳는다. 그런데 우리 본문에서는 반대자들인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이 예수를 없앨 계획을 세운다. 2절에서 예수를 고발하려고 지켜보던 반대자들은 안식일의 치유를 구실로 마침내 그분을 없애려 한다. 이와 같이 우리 본문의 안식일 치유는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중풍 병자를 고치신 장면인 마르 2,1-12에서 표출된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은 마르 3,1-6에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문맥에서 마르 2,1-12와 우리 본문 사이의 문학적이고 신학적인 유사성은 흥미롭다. 이 두 본문에서 작은 등장인물들은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본문의 갈등 분위기는 회당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안식일이라는 시간적 배경으로써 표현된다. 특히 안식일 모티프는 우리 본문 바로 앞에 위치한 마르 2,23-28과도 연결된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사람의 아들은 사람을 위하여 생긴 그 날에(마르 2,27) 좋은 일과 목숨을 구하는 일을(마르 3,4) 행하신다.

우리 본문의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마르 1-2장에서 소개된 작은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패턴을 따른다. 그리고 이 작은 등장인물들과의 만남에서 예수의 정체성과 사명이 잘 드러난다.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작은 등장인물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권위를 가진 분이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지곡성당 주임,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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