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예수, 안식일에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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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 안식일에 치유하다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8.11.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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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율법 - 3

에세네파의 엄격주의와 비교되는 예수의 가르침은 율법에 대한 바리사이파의 유연한 태도를 능가한다. 루카 14,1-6의 본문은 예수가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한 사람의 집에서 식사할 때 있었던 일을 전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짐승과 인간 사이에서 생명을 구하는 도구를 구별하지 않는 바리사이파의 유연한 해석을 만난다.

“...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예수는 마르 3,1-6; 루카 13,10-17 등에서 안식일에 치유 기적을 행한다. 그러나 <다마스쿠스 문헌>에서는 안식일에 그 어떤 종류의 일도 금지하고 있다(CD X 19; XI 4-5).

이와 같이 쿰란 사본은 안식일과 관련하여 예수의 태도가 매우 관대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예수의 율법 해석은 정결 규정(마르 7,1-23; 마태 15,1-20; 루카 11,37-41), 죽은 이들의 장사(마태 8,22; 루카 9,62), 죄인들과의 친교(마르 2,13-17; 마태 9,9-13; 11,19; 루카 5,27-32; 7,34-36; 15,1-2)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기서 배타성을 가진 쿰란 공동체와 관용하는 예수 사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마르 3,1-6의 본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에서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은 이미 그의 초기 활동 공간인 갈릴래아에서 시작된다. 어떤 나병환자의 치유(마르 1,40-45) 이후,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이 일어난다. 사실 갈등(conflict)은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갈등이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생기는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 가치들의 충돌이다.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는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서 발전하고 해결되는 단계로 구성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줄거리 안에서 갈등의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즉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갈등이 일어나고, 그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갈등은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변화는 각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찾아야 한다.

 

마르 2,1-3,6에서는 죄의 용서, 식탁 친교, 안식일 규정 등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마르 3,1-6에서는 안식일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갈등의 요인을 제공한다.

마르 3,1에는 새로운 공간적 배경인 회당이 언급된다. 장소의 변화는 전형적인 새로운 단락의 시작을 가리킨다. 바로 앞의 단락인 마르 2,23-28은 밀밭에서 안식일에 예수, 제자들, 바리사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한다. 그리고 마르 3,7에서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가신다. 따라서 마르 3,1-6은 회당에서 안식일에 일어난 사건을 전하는 문학적 단일성을 가진 하나의 단락이다.

우리 본문의 문학 양식은 치유 기적사화이다. 그리고 본문의 문학적 구조는 상황묘사(1절), 문제발생(2-4절), 문제해결(5절), 결과(6절)로 구성되어 있다.

1절은 전형적인 상황묘사이다. 새로운 장소와 등장인물이 소개된다.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에서 “다시”라는 부사는 마르 1,21의 공간적 배경으로 소개되는 회당을 회상케 한다. 회당은 종교적인 장소로서 공적이고 공개된 공간이다.

작은 등장인물은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로 비교적 단순하게 소개된다. 그에 대한 소개는 전형적인 작은 등장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패턴을 따른다. 그는 이름 없이 언급된다. 그리고 그의 신체적인 조건은 도움과 회복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는 다른 작은 등장인물과는 달리 예수를 만나는데 있어 그 어떤 주도권도 가지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데리고 오지도 않는다. 단순히 회당 안에서의 그의 현존이 언급될 뿐이다. 어쨌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작은 등장인물의 소개로 인해 독자는 예수가 그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동시에 그것은 예수와 반대자들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지곡성당 주임,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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