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무 "대구대교구는 왜 나를 고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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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대교구는 왜 나를 고소하는가?"
  • 임성무
  • 승인 2018.07.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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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임성무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에 대한 나의 입장

ㅡ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5월 8일(화),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천주교대구대교구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5월 28일자로 서부지청으로 이관했다는 우편물이 도착했다. 드리고 지난 7월 13일 서부지청에 출석하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 방학을 시작하는 날 7월 30일에 출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5월4일(금)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두 번째 교구쇄신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장신호 보좌주교(총대리)를 임명하고, 교구사업체 재고위원회 위원장으로 정성해(2대리구 교구장 대리), 인사소통위원회 위원장으로 박석재(1대리구 교구장 대리)를 임명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교구 주보에도 공지되었다. 이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고소 내용은 고소장을 받아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수사관이 전해 준 내용은 2016년 10월 8일에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 ‘가려진 죽음’에서 내가 인터뷰한 내용이 교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려진 죽음 편 캡처 화면

내가 한 말의 요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910년 강제병합 이후 1911년에 교구가 설정되었으니 태생부터 일제강점기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8년의 교구 역사에서 자발적이었든지 어쩔 수 없었든지 교구는 친일을 했고, 박정희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독재와의 결탁, 박정희 사망 이후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와의 결탁으로 교구는 하느님의 뜻보다는 맘몬과 권력을 쫓다보니 방향과 길을 잃어버렸다. 따라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의 원인도 바로 이 교구의 역사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이런 맥락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친일, 국보위가담으로 희망원운영권 등을 획득했다는 식으로 편집되어 방송되었다. 교구청은 바로 이 발언이 교구의 명에를 훼손했다는 것으로 나를 고발했다.  

그런데 교구청은 이런 긴 세월에 걸친 반교회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지 않은 채 친일은 한 적이 없고, 1980년 5월 31일에 출범한 전두환의 국보위에 두 신부를 가담하게 한 것은 맞지만 시립희망원 운영은 대구시장의 요청으로 80년 4월 1일부터 운영을 했기 때문에 국보위에 가담한 댓가가 아니라면서, 내가 교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와 횡령비리로 신부가 두 명이나 구속되는 판결을 받았는데, 교구와 나 사이에 누가 더 부끄러워해야 할까? 도대체 누가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이런 걸 두고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한다. 루카 복음서에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6,42) 라고 쓰여 있다. 

교회에서 사제들은 목자로 불린다 시편에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23,1) 라고 노래한다. 에제키엘에서는 "주 야훼가 말한다. 목자라는 것들은 나의 눈 밖에 났다. 나는 목자라는 것들을 해고시키고 내 양떼를 그 손에서 찾아내리라. 그들이 다시는 목자로서 내 양떼를 기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양떼를 그들의 입에서 빼내어 잡아먹히지 않게 하리라."(34,10)고 목자들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성경 어디에도 목자들이 양을 고소하는 구절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 나는 교회로부터 버림받은 양이거나 돌보지 않아도 되는 양이란 말인가? 나는 누구란 말인가? 졸지에 나는 자본이나 권력에게서 박해받는 형제가 아니라, 교구 목자들로부터 버림받은 형제가 되어버렸다. 누가 나를 구해줄 것인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려진 죽음 편 캡처 화면

그런데 또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신자가 뭘 잘 못하면 교회법으로 처벌하면 될 터인데도 왜 세상의 법에 판단을 물어볼까? 교회법에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세상 법이 죄가 있다고 하면 교회법으로 처벌을 하겠다는 말인가? 

대구시립희망원 문제가 처음 드러났을 때 나는 시민사회단체에게 교회는 교회법이 있으니 교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달라고 했다. 하지만 교회는 스스로 문제를 밝혀내지 않았다. 심지어는 축소하면서 단지 실수일 뿐이라고 했다. 비자금을 모았지만 그것은 시립희망원의 생활인들이 정부의 지원만큼 다 먹지 않아서 절약한 것이라고 했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일에 쓰려고 했다고 답했다. 인권에 대해서는 죽을 지경에 다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죽었으니 별 수가 없고, 또 생활인들의 특성상 감금 등을 하지 않고는 돌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제2의 부산 형제복지원이라고 하자 그 정도는 아니라고 억울해 했다.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은 '희망원대책위'를 구성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파견한 신부 등을 고발했다. 신부 두 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마무리 되었지만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인권침해와 비리로 처벌 받은 신부들에게 그 어떤 처벌도 하지 않고 용서를 했다.

그런데 왜 교구는 겨우 평신도 가운데 한 명일 뿐인 나는 용서하지 않을까? 지난 3월 초 나는 교구의 사목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한 까닭은 ‘사제들의 성폭력과 성문란’에 대한 교구장의 직접 해결을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언론에 이를 밝힐 수도 있었지만 의논을 드린 많은 사제들이 교구에 직접 건의하고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언론에 공개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하지만 대주교는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다시 타교구 사제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주교회의에 요청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주교회의에서는 주교회의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개별 교구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언론에 이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무처장은 사제들과 본당 사무장과 평신도 간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사실을 왜곡했다.  

"그 후 어느 신자라는 00 형제는 교구 사목국장에게 교구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정은규 몬시뇰의 정직’과 ‘00 신부의 휴직에서의 복귀 발령’이 부당하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더 큰 것을 터트리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이런 내용으로 협박한 것이 아니라 교구내 성폭력과 성문란에 대해서 교구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 대주교와의 면담을 시급히 요청한 것이다. 대주교가 춘계주교회의를 다녀와서 면담을 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무엇보다 대화가 되는 사목국장 신부에게 그만 애쓰시라고 하고, 주님 뜻대로 하겠다고 답을 드린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교구는 이걸 두고 협박이라고 하니 참 답답한 일이다.

명색이 사무처장이라는 교구 핵심 사제의 수준이 이렇다. 이분은 우리 본당 주임신부였고, 물의를 일으켜 본당 전 현직 사목간부들의 서명으로 교구장이 인사 조치라는 경징계(?)를 한 분이다. 나는 그저 당시 사무처장 신부님과 소통을 하도록 역할을 했다. 서로 조금 아는 사이면 만나서 대화하자고 하면 될 일이지만, 사실 나는 이분을 사제 같은 사제로 인정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당시 징계요구서 문서를 공개할 수 있다. 이건 협박이기도 하다.

”어떻게 교구 원로사제로서 자신의 인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임을 시키겠다고 교구장에게 말할 수 있습니까? 교구 원로사제조차 교구장을 협박하니 00 평신도까지 교구에 대한 협박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구 사제는 교회나 교구를 위하는 것이라면 교구장에게 그 어떤 내용도 진언할 수 있으며 또한 교구장은 교구 사제의 진언을 마음을 다해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 관한 결정은 교구장이 하는 것이며 특히 인사권한은 분명 교구장에게 있는 것이므로 혹 교구장의 결정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하더라도 교구사제는 순명(順命)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독재로 해석되어진다면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가톨릭교회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제들끼리 복종이나 독재를 순명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가톨릭교회가 이렇듯 하느님에 대한 순명이 아니라 기껏 인간에 지나지 않는 교구장의 말과 생각에 무조건 찍소리 말고 따라야 한다고 하다니, 참 사제들이 불쌍하다. 가톨릭 사제들이 기껏 이런 시스템으로 2000년을 이끌어 왔다고 하니, 참 중세 봉건적이다 싶다.

더구나 교구 라인을 통한 평신도의 건의를 이렇게 '협박'이라고 하니 인식 수준들이 한심하다. 내가 이런 사제들을 따라 신자로 살아왔다 싶어 참 용하다 싶다. 그래도 교구장이 임명한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을 5년이나 수행해 왔는데 예우가 이 정도이다.  지금 대구대교구는 적어도 가톨릭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적어도 가톨릭교리서, 사회교리서, 공의회문헌이라도 꼼꼼하게 읽기를 바란다. 

더구나 ‘신자라는 00 형제’가 누구인지는 많은 사제들이 알고 있는 터에 단지 이름만 공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그 신자의 명예를 훼손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를 검찰에 고소하지 않고 있다. (*이 문건은 교구 사제들에게만 보내졌다. 교구를 협박한 00평신도가 누구인지 뻔히 아시는 신부님께서 걱정하시며 보내 주셨다. 나는 이렇게 00평신도로 알려지기보다 그냥 임성무 평신도로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그냥 백색순교로 영광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고소 내용에 대해서는 뭔가 행동으로 답을 해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천주교 신자가 교회법을 어겼으면 교회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사회법에 그 처리를 요구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더 발견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공동체이다. 사제들만 교구가 아니다. 신자인 나도 당연히 교구 구성원이다. 그런데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일부 사제들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평신도를 고발할 수 있는가? 그럼 평신도는 교구가 아니란 말인가?

어떤 신부가 어떤 평신도를 사회법에 고발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건 더 성립하기 어려운 고발이 아닌가? 아무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평신도들이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 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실제 대구시립희망원을 시작으로 가톨릭대학교의 비리, 사제 개인들의 비리로 수많은 교형자매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평신도 누구도, 심지어 고발을 당한 나도 교구를 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 않는 까닭은 내가, 평신도가 교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줍니다."(1베드로 4,8) 

나는 갑자기 복음 앞에 길을 잃고 있다. 신부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나는 과연 천주교 신자인가? 신자로 사는 것이 옳은가? 하느님의 뜻도 이러하실까? 생각이 많아진다.

많은 신부님들께서 걱정을 하시며 전화를 하셨다. 그냥 위로와 격력의 전화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인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요나는 이 일이 매우 언짢아서 화가 났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기도하였다. '아, 주님!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 이미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서둘러 타르시스로 달아났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신 하느님이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크시며, 벌하시다가도 쉬이 마음을 돌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주님, 제발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주님께서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하고 말씀하셨다."(요나서 4:1-4)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임성무 도미니코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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