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대신 견디는 은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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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대신 견디는 은총을!
  • 양승국 신부
  • 승인 2018.07.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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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의 묵상]

바오로 사도의 서간이나 복음서들을 읽을 때 마다, 이 세상의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참됨’ ‘진실성’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그래서는 결코 안될 사람들이 웃기지도 않은 ‘회고록’,‘자서전’을 당당하게 출간해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한껏 상승시킨 바 있습니다. 쥐구멍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조용히 반성하고 가슴쳐도 부족한 지경인데, 거짓과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책도 아닌 책을 내니 개그가 따로 없더군요. 

누군가 자신의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을 출간할 때는 대체로, 자신의 삶 안에서 벌어졌던 성공담, 업적들을 강조합니다. 또한 자신의 장점, 경쟁력, 출중한 능력들을 소개합니다. 대신 부끄러운 사건이나 수치스런 경험, 인생의 흑역사들은 감추거나 생략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지 않더군요. 바오로 사도가 서기 57년경에 저술하신 ‘눈물의 편지’(코린토 2서 10~13장)를 읽어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한 마디로 솔직담백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아무런 가감없이 쓰고 있습니다. 감추고 싶은 흑역사까지도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 나를 줄곧 찔러 대 내가 자만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코린토 2서 12장 7절)

 

바오로 사도. 렘브란트.

많은 성경학자들이 ‘가시’라는 표현을 바오로 사도가 앓고 있던 지병으로 이해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당시 유다인들이 바오로 사도를 ‘눈엣가시’로 여긴 것을 기술한 것으로도 이해합니다.

교통편도 열악했던 당시 끝도 없이 계속된 전도여행, 여행 중에 겪은 셀수도 없이 자주 겪었던 환란으로 인해, 바오로 사도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전도 여행을 계속해야지, 몸은 아프지, 너무나 괴로웠던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 “제발 전도 여행 좀 잘 하게 이 병 좀 고쳐주십시오!”라고 세번이라 간절히 청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반응을 한번 보십시오. 기가 막힙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코린토 2서 12장 9절)

보십시오. 주님께서는 많은 경우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시기 보다는 병을 견디는 은총을 선물로 주십니다. 고통과 십자가를 즉시 사라지게 하는 은총을 선물로 주시기 보다는 고통과 십자가를 더 깊이 끌어 안는 은총을 선물로 주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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