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회는 은총의 세리처럼 행동하지 마라
상태바
[교황] 교회는 은총의 세리처럼 행동하지 마라
  • 한상봉
  • 승인 2018.04.17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6

 그 사람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 본 적이 있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베르골료 추기경은 일상을 통해 소통하는 주교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라틴아메리카 주교들 가운데 제일 먼저 활용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직접 전화할 수 있도록 교구의 모든 신부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주었다고 한다.

“베르골료 추기경은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아침기도를 하십니다. 가볍게 아침을 드신 후 7시경에 신문을 읽으십니다. 그리고 8시까지 전화 받을 준비를 하십니다. 도시에 사는 모든 신부는 그의 번호를 알고 있으며, 7시부터 8시까지 누구든지 그에게 전화를 걸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추기경 자신이 직접 전화를 받으십니다. 특정한 비서, 성직자 보좌관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베르골료 대주교가 직접 전화를 받으십니다. 그때 그들의 불만과 요구 사항 등을 경청하고, 작은 수첩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몇 발짝 떨어져 있는 그의 사무실로 내려오십니다.” -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베르골료 추기경의 대변인이었던 기예르모 마르코 신부가 <엔비시 라티노(NBC Latino)>에 기고한 글, 매튜 번슨,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

한편 랍비 스코르카와의 대담집 <천국과 지상>(율리시즈, 2013)에는 베르골료 추기경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할 때면 추기경은 “기부를 했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기부를 받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냐고 다시 묻는다. 이때에 대다수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데, 그러면 다시 묻는다. “길에서 구걸하거나 기부를 받는 사람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 본 적이 있나요?” 그러면 거의 모두가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베르골료 추기경은 신앙인이 예수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우정을 맺어야 하듯이, 사람들과 만날 때도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자격 미달인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면

이 대담집에서 라틴아메리카 랍비 신학교의 학자이기도 한 아브라함 스코르카는 “문제는 어떤 사람이 막대한 힘을 가졌을 때에도 여전히 진실하고 겸손할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권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베르골료 추기경은 “자격 미달인 사람이 권력 나부랭이를 갖는다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불쌍해진다.”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해 준 이야기를 소개했다. “위로 올라갈 때 언제나 사람들에게 인사해라. 네가 내려갈 때 그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 테니. 네 자신을 너무 높게 생각하지 마라.” 베르골료 추기경은 이어서 하느님이 원하시지 않는 ‘일시적인 권력’을 종교 지도자들이 제 앞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난 한 가지 좋은 일은 교황령(1870년까지 교황이 지배한 중부 이탈리아 지역)이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교황이 보유할 수 있는 땅이라고는 3분의 1 제곱 마일 정도 공간뿐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교황이 세속의 왕이자 종교의 왕이었을 때는 왕족의 음모와 책략에 뒤엉켜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그러냐고요? 아니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사람에게도 욕망이라는 게 있고, 슬프게도 출세 제일주의가 판을 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인간이고, 스스로를 유혹합니다. …… 가톨릭교회 안에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권력의 순환은 인간적 상황에 따른 결과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봉사하기 위해 선택된 자가 아닌, 원하는 대로 살겠노라고 마음먹은 자가 되어 버립니다. 성격적인 결함이 원래의 의도를 더럽히고 마는 것입니다.” -《천국과 지상》, 204쪽 참조

 

사진출처=pixabay.com

길 떠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처럼’ 길 떠나는 교회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따르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분명한 어조로 말하고 있지만, ‘변방’으로 떠나라는 요청은 추기경 시절부터 교황이 줄곧 해 오던 말이다.

그는 “스승을 충실하게 본받으려는 교회는 오늘날 세상에 나아가 모든 이에게, 모든 장소에서, 온갖 기회에,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교황은 “은총보다는 법을, 그리스도보다는 교회를, 그리고 하느님 말씀보다는 교황에 대하여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한다. 오히려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길을 떠나라고 촉구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걷는 게 아니라, “걸음을 늦추어 다른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다급한 일들을 멈추고 길가에 남겨진 이들과 함께 동행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회란 “방탕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집”이다. 그래서 교황은 교회가 “은총의 촉진자가 아니라 은총의 세리처럼 행동하는 것”을 지적하며 “교회는 세관이 아닙니다. 교회는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아버지의 집”이라고 다시 강조한다.

교회는 모든 이에게 가 닿아야 하는데, 그중에서 “친구와 부유한 이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들, 자주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이들, 우리에게 보답할 수 없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면서, “이 분명한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어떠한 의심이나 변명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